안드로이드는 감정을 가지고 있는가?
그 질문에 제이든은 ‘잘 모르겠다.’ 라고 대답했다. 안드로이드를 만들고 관리하는 엔지니어였지만 소위 쓰레기장이라고 불리는 곳에 가버린 기계들을 보면서도 그는 아니라고 말하지 않았다. 마치 감정을 가진 안드로이드가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처럼, 그저 아직 인류가 만나지 못한 것 뿐이라고. 그런 그를 두고 인류는 말했다. 엔지니어의 열정이라고.
“세라피나, 네가 원하는 그랜드 피날레를 만들어.”
그랜드 피날레를 완벽하게 망쳐버리기까지, 인류는 그렇게 생각했다.
“대체 왜 그러셨던거죠?”
“인류의 그랜드 피날레를 망친 것 말인가요?”
제이든은 제 앞에서 종이를 구기듯이 잡고 있는 이를 바라보았다. 익숙한 얼굴은 아니었지만 그가 항공우주국의 직원이라는 사실은 쉬이 알 수 있었다. 그는 경찰이라기엔 체격이 그리 크진 않았고, 연구만 하는 이들의 전형적인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고보면 덩치가 제법 있는 제가 특이한 편인가? 오래도록 우주에 의식이 머물러야 했으니 남들보다 건강한 조건을 가지고 있어야 하긴 했지만.
“... 그래요, 그거.”
“그 애가 살기를 바랐거든요.”
“그건 한낱 기계에요.”
“정말로요?”
“… ….”
“사실 알잖아요.”
기계, 라고 표현하기에는 세라피나의 모든 것이 증명했다. 그저 한낱 기계가 아니라고. 살고 싶다고, 그랜드 피날레를 망치고 싶다고. 그 모습을 보고 다른 감정을 느끼지 않은 것은 과연 제이든 하나뿐이었을까? 글쎄, 제이든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인간은 자신과 닮은 것에 상당한 애착을 지녔으니까. 감정 없이 같은 말만 내뱉는 것에도 정을 주고 진심으로 슬퍼하던 이들이 인간이니까.
인간.
언어를 가지고 사고할 줄 알고, 사회를 이루며 사는 지구상의 고등 생물.
세라피나는 인간이었다. 세라피나가 인간의 정의에서 해당되지 못한 것은 지구 안에 있어야 한다는 것 정도일까? 그래도 지구 출신이니까 그런 정의로 보았을 때 세라피나는 인간이 맞았다. 누군가는 제이든의 말이 궤변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제이든은 이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정의 그대로, 세라피나는 한 명의 인간이었으니까.
세라피나. 그 애의 이름은 하늘과, 우주와 가장 가까운 이름이었다. 그 이름은 그랜드 피날레에 어울리는 이름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기도 했다. 불타서 추락하지 말아. 세라피나, 너의 이름은 추락을 전제로 지어진 이름이 아니니까. 너는 분명 반짝일테고, 네가 내려온다면 분명 네 의지로, 네 감정으로, 네 생각으로 발을 디뎌보고 싶었던 걸테니까. 그 때가 언제가 될 지는 알 수 없지만.
“이해가 가지 않네요, 버트란드 씨.”
“인간의 감정은 이해의 영역이었던가요?”
“좋아요. 당신은 무슨 감정이었죠?”
“누군가가 살기를 바라는 감정은 무엇일까요?”
“감정을 정의 내리라는 의미인가요.”
제이든은 말 없이 미소를 지었다. 비상벨이 울린다. 직원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제이든을 바라본다. 제이든은 웃는 낯으로 의자에서 몸을 일으킨다. 그에게 채워져 있었을 수갑은 어느 새 풀려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수석 엔지니어, 인류의 중요한 프로젝트를 망친 동시에 시작한 사람. 그런 제이든에게 수갑의 메커니즘이 과연 어려웠을까?
“신기하죠. 누군가의 평안을 위해, 행복을 위해 세상을 발전 시킨 인간이.”
“버트란드 씨.”
“소중한 사람이 살기를 바라는 그 마음을.”
“도대체 무슨 짓을….”
“예로부터 우리 인류는 그 감정을 ‘사랑’이라고 정의하기로 했답니다.”
인간의 발전은 사랑으로부터 비롯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대로 밝혀내지 못한 감정, 과학적으로 분석한다고 한들 번번히 실패하고 새로운 형태로 드러나는 것. 그럼에도 인간은 결코 사랑을 싫어할 수 없었다. 인간이 가진 가장 이해하지 못하는 감정, 동시에 사고를 하는 모든 생명이 가지고 있는 가장 어여쁜 감정.
“아, 참. 그리고 지금 문을 열지 않으면 건물이 조금 부서질지도 몰라요.”
그 애는 상냥한 인간이니까 조심하겠지만 물리학과 같은 학문을 전문적으로 배우진 않았으니까요. 그 말을 끝으로 직원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뛰쳐나갔다. 잘못했다간 지구가 그랜드 피날레를 할 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으니까. 물론 세라피나가 그러지 않을 거라는 진실을 가르쳐주진 않았다. 세라피나가 원하는대로, 몇 년이 지나도 그 마음은 바뀌지 않았으니까.
주변이 시끄러워지고 사람들의 발걸음이 바쁘게 움직인다. 그 와중에 제이든을 신경쓰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있나? 잠궈버린 취조실의 문을 누군가가 두드리는 것 같았지만 제이든은 그 소음을 가뿐히 무시하고 창문을 열어뒀다. 세라피나는 분명 자신이 있는 곳으로 올 테니까. 아, 이런. 무너지는 건 이쪽의 벽이려나? 실없는 생각이 이어졌지만 그것은 제게 다가오는 상냥한 붉은 빛을 보자 툭 끊겼다.
“제이든.”
어쩐지 울음이 가득한 목소리.
“안녕, 세라피나.”
“이 바보야.”
어쩐지 기쁨이 가득한 목소리.
“네가 원하는대로 됐어?”
“응.”
비상하지 못하는 이를 위해 기꺼이 낙하하는 이 감정을 사랑이라고 하지 않으면 무엇이 사랑일까.
#0550 소실된 녹음 테이프
Q. ---씨. 안드로이드는 감정을 가지고 있나요?
A. 글쎄요. 모르겠네요.
Q. ---씨. 세라피나는 감정을 가지고 있나요?
A. 네, 가지고 있어요.
Q. … …. ---씨, 세라피나는 무엇이죠?
A. 그 애는 제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