星間飛行
가이드버스

반짝이는 불꽃들이 휘날린다. 훅 밀려오는 열기, 타닥거리는 소리와 함께 제멋대로 튀는 모양새가 각자 색은 달라도 자신의 근본을 주장하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산란하게 빛나는 불꽃들 사이에서 제가 찾는 이는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조금 더 안 쪽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걸음을 옮긴다. 뒤에서 누군가 위험하다고 소리치는 것이 들렸지만 제이든은 제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조금 뜨겁지만 참을 만 했다. 혼자 남아버린 이의 마음에 있는 화상보다 뜨거울 수는 없을 것이다.
 
"세라피나."

다시금 빛들이 눈에 들어온다. 아프게 반짝이는 빛들은 지구에 불시착한 별들 같았다. 아파서 울고 있는 그런 별들. 분명 위험한 상황인 것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제이든은 빠르게 지나칠 수 없었다. 저 별들 사이에서 세라피나가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꽃이 제 어깨죽지를 살라먹은 그 순간에도 쉬이 움직일 수 없었다. 세라피나, 세라피나. 스스로 원하지 않았던 능력에 힘겨워하던 작은 여자 아이가 떠올랐다. 아마 아이라고 한다면 세라피나의 표정은 더 찡그려질 것이다. 누굴 애 취급 하는 거냐고. 그 생각을 하니 웃음이 비집고 흘러나왔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아이가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우리는 평범한 일상과 타의로 동떨어지게 된 아이들이기도 했고. 이런 복잡한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을 보면 새삼스레 세라피나의 영향력을 상기하게 된다. 아무것도 모르던 저를 그리 좋아하지도 않았으면서 신경을 쏟아주어 가이딩을 하는 기계가 아닌 사람으로 만들어놨다. 그러니 제이든은 세라피나를 폭주한 센티넬로 죽게 놔둘 수 없었다.

날 사람으로 만들어놨잖아, 세라피나. 이 말을 하면 세라피나는 어떤 반응일까. 어이없다는 얼굴로 황당해할까, 아니면 남 탓을 하면 안된다고 화를 낼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애초에 행동이나 상식을 하나하나 가르쳐준 이가 세라피나였고, 제이든은 세라피나에게서 많은 것을 답습했다. 이런 고집마저도. 그러니 순종적으로 굴던 것이 상부의 명은 듣지도 않고 제멋대로 구는 것이겠지. 제가 제법 뛰어난 가이드이고, S급 에스퍼를 구해오는 일이니 상부에서도 쉽게 내치지는 못할 터였다. 사실 내친다고 하여도 상관없었다. 기계음으로나 전해지는 상부의 명보다 힘들어 하는 세라피나가 훨씬 중요했으니까. 아니, 애초에 그의 인생에서 세라피나보다 중요한 것이 있던가?

"그럴 리가 없지..."

이것은 확신이었다. 세상을 제대로 겪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할 수 있는 확신이었다. 하지만 세상 누구든 세라피나를 보면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싫어하면서도 결국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힘겹게 버텨내는 그 분홍빛 어린 붉은 빛을 보면 누구라도 이리 될 것이다. 제이든은 그저 운이 좋았기 때문에 누구보다 그 빛을 볼 수 있었고. 그러니 느린 속도여도 걷고, 또 걸었다. 그 빛도 결국 사람이니까. 사람이 내는 빛이었으니까, 같이 집에 가야지. 여기 혼자 있으면 분명 심심하게 재미 없을거야. 너와 차를 마시기 시작하니까 다시는 혼자 있었던 그 때로 돌아가지 못하겠어. 그러니까 같이 가자. 같이 집에 가서 쉬자. 그것을 입 밖으로 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유독 뜨거웠던 어깨는 감각이 희미했고, 풍경이 일렁거렸다. 너무 뜨거우면 저런 현상이 일어난다고 하던데, 딱히 뜨겁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어째서일까. 희미하게 들리는, 작고 여린 목소리 때문이었을까.

"제이든..."

"응, 세라피나."

계속 불렀던 이름을 다시금 내뱉는다. 따스한 기분이 드는 이름이었다. 세라피나를 찾았다. 찾았습니다. 그런 말을 하려던 찰나, 이미 귀에 있던 인이어가 녹아 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쇳물이 떨어졌음에도 용케도 무시하고 걸어왔다. 어쩌면 세라피나에게 계속 가이딩을 하다보니 생긴 내성일지도 몰랐다. 보고는 나가서 해도 괜찮겠지. 지금은 보고를 할 상황이 아니니. 생각을 마친 제이든은 세라피나의 목덜미를 쓸어 뺨을 감쌌다. 수많은 별을 건너 찾아 헤매던 이를 만났다. 그 사실에 제이든은 웃음을 지었다. 이런 상황에 멋대로 왔음에도 세라피나는 화를 내지도 않았고, 황당해하지도 않았다. 말 그대로 얼이 나간 채로 저를 바라보는 모습이 퍽 귀여워,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세라피나, 나는 너를 혼자 두지 않을 거야. 그 말이 전해졌는지는 모르겠다. 열기에 목이 말라버렸기에. 그러니 어쩌면 세라피나보다 더 다급히 원했을 지도 모르겠다. 청록빛 눈동자가 놀람으로 물들기도 전에 입을 벌렸다.

주변의 열기가 식어간다. 더 화끈거리기 시작한 속과는 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