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y
팬텀 블루 미스트!

제이든이 여태껏 보아왔던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세라피나였다. 굳이 꾸미지 않았을 때도, 꾸밈이 필요없는 사람. 단순히 화려한 외모뿐만이 아니었다. 세라피나는 사람의 눈길을 잡아끄는 재능이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렇기에 화려한 장소에 가면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녹아드는게 문제가 아닌데 말이죠..."

"무슨 소리야?"

"음, 그냥요."

형사님이 오늘 너무 예쁘다구요. 그런 상투적인, 그리고 평소라면 쉽게 할 법한 소리를 내뱉지 못했다. 사람이 너무 감격에 차면 말하는 법을 잊어버린다는 표현을 쓰고는 했는데 제이든은 오늘에서야 그 표현을 이해할 수 있었다. 예쁘다. 근데 예쁘단 말로 끝날 문제가 아니었다. 스스로가 언어적 능력이 부족하진 않은 지 되돌아봐야만 했다. 아마 이런 생각을 세라피나에게 들킨다면 기묘함과 황당함이 섞인 얼굴로 저를 바라볼 것이다. 연인끼리 왜 그러냐는 의미도 담겨있겠지만 연인인 것조차 실감나지 않을 판이니.

하지만 약간의 억울함도 담겼다. 평소에도 그렇게 예쁜데 작정하고 완전 다른 스타일로, 하얀 드레스에 언뜻 비치는 까만 허벅지 홀더를 보면 심장이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뛰었다. 평소에 입는 와이셔츠와 하네스만으로도 제이든에게는 충분히 치명타였는데. 이런 심정을 세라피나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얼마나 노력했었는지. 웃는 얼굴로 얼마나 감췄는지. 사실 들켜도 상관없지만 세라피나가 부담을 가질 것이 뻔했기에 나름대로 인내심을 발휘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부담을 주고 싶은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으니까.
문제는 그 인내심이 지금 다 무너지게 생겼다.

화려한 호텔파티에 잠입하는 임무라니. 화려함으로 치장하고 다닌 괴도에게 이정도는 아무런 문제도 될 것도 없다고 생각했건만, 복병은 세라피나였다. 제이든은 제 목덜미가 붉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뜨끈한 열감이 몸 깊은 곳에서 치밀었다. 다소 둔한 감이 있는 사랑스러운 형사님께서는 무엇이 문제인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지만. 제이든은 세라파나의 손만 꾹 잡았다. 뭐든 훔칠 수 있는 괴도가 이제 지키려고 아등바등거리는 모습이 되었다. 물론 그것을 세라피나가 쉬이 알아차릴리 없었다. 평소에는 그리도 감이 좋은 사람이, 이런 면에서는 대놓고 드러내지 않는 이상 알아차리지 못했기 때문에.

"제이든?"

"네?"

"벌써 술에 취한 건 아니지?"

"...조명이 뜨거운가봐요."

아. 하는 소리와 함께 세라피나의 시선이 다시 파티장으로 옮겨졌다. 워낙 화려한 파티다보니 조명이 강했던 탓에 그냥 넘어간 것 같긴 하지만, 정말 이렇게 속는걸까. 어쩌면 세라피나의 머릿속에는 지금 임무에 대한 것들로 가득 찼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대뜸 타박을 받는 것보다는 나았으니까. 제이든은 안도해야할 지 심란해야할 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근처에 있던 핑거푸드 하나를 집어서 세라피나의 입에 넣어주었다. 임무든 이 곤란한 상황이든 간에 기왕 온 거 조금 즐기는 편도 좋았으니까. 세라피나도 제이든의 손길에 살짝 흘겨보았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하는 것이 커플답다는 것을 알았는지 얌전히 받아먹었다.

"이거 맛있네..."

"... ..."

"제이든?"

평소라면 쉬이 넘어갈 수 있었다. 능청스럽게 넘어가며 우리 커플이잖아요? 라며 아양을 떨면 될 일이었다. 그건 제이든이 가장 잘하는 일 중 하나였으니까. 하지만 손가락 끝에 닿았던 혀와 입술의 감촉이 너무 홧홧해서 제이든은 저를 부르는 세라피나의 말에 감히 답을 할 수 없었다. 지금 당신이 아름답다고, 그래서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욕망이 치밀어오는 기분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른한 숨에 열기가 섞여들어간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위험할 것 같았다. 손 끝에 닿았던 온기가 식기 전에 집어삼키고픈 욕구를 달래고 싶었다. 훤히 드러난 목덜미가 보인다. 제이든은 몸을 숙였다.

"야... 야?! 너 지금 뭐하려고...!"

"최대한, 최대한 참아볼께요..."

"지, 지금 뭘 참아? 안 참고 있잖아!"

"참는 거에요."

그럼요, 참고 있어요. 참지 않았다면 세라피나가 방을 데려가지 않으면 큰일날거란 생각이 들도록 하려고 했는데. 세라피나의 뒷덜미에 제 입술을 느리게 지분거리며 속삭이듯 말했다.

그러니까 이 정도는 허락해주세요.

목을 긁어내는 듯한, 겨우 참아내는 목소리였다.


저 이거 너무 고자극이라고 생각해요............. (이딴 후기 남김)
01.12 18:46